'롱테일'이라는 용어는 인터넷으로 인해 가능해진 오늘날 소비, 유통 구조의 변화를 아주 잘 표현한 용어이다. 책에서도 말하듯이, 오늘날에는 20대 히트 상품이 매출의 80%를 담당하는 이전의 '20대 80 법칙' 에서 벗어나 인터넷을 통해 80%의 틈새 상품들이 20%의 히트 상품과 비등한 매출을 보여주는 '롱테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쉽게 예를들면, 지금 이 블로그 또한 롱테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현재 이 블로그의 조회수는 여태까지 써왔던 자잘한 글들의 조회수가 최신 글의 조회수와 같아지는 현상을 보인다. 조회수가 같아지는 이 현상은 블로그에 글들이 더 쌓일 수록 더 심화될 것이다. 다양한 정보에 접근이 가능한 인터넷의 특징 덕분에 이런 '롱테일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이전에 읽었던 명서들처럼, 이 책 또한 왜 진작에 읽어보지 못했는지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롱테일' 이라는 단어 하나로 이전에 내가 생각했던 것들을 함축적으로 잘 정리할 수 있어서 고마운 책이다.
이 책은 롱테일 현상 뿐만 아니라 위키백과나 오마이뉴스와 같은 매체에도 심도있는 설명을 곁들이고 있다. '다수 집단에 의한 지식의 형성' 에 대해 오랫동안 고민해왔던 분이라면 이 책을 꼭 읽었으면 한다.
또한, 이 책에서는 희소성에 의한 분배를 주창하는 전통경제학에 대한 비평도 읽을 수 있다. 희소성과 풍요로움의 경계에서 우리는 애덤 스미스의 경제론에 따라 합리성만을 추구해야 하는지 고민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아래는 책에서 나름 좋다고 생각한 구절을 발췌한 것이다.
인터넷을 통해 소수의 상품들도 판매전략을 짤 수 있도록 세상이 바뀌고 있다.
오늘날 시장에 출시된 음반들 가운데 99퍼센트 이상은 월마트에서 구할 수 없는 것들이다. 상업적으로 출시된 20만 개 이상의 영화와 TV쇼, 다코멘터리, 비디오 영상물들 가운데 보통 블록버스터에 해당하는 것은 단 3,000개 밖에 없다. 이런 상황은 아무리 상품 구비에 탁월한 소매점이라 해도, 또한 도서에서 주방용품에 이르기까지 모든 상품을 막론하고 동일하다. 그런 엄청난 다수의 상품들은 우리 주변의 오프라인 상점에서는 결코 구할 수 없다. 전통적인 히트상품 중심의 소매경제는 부득이하게 선택을 제한하기 때문이다. 당신이 수요와 공급을 이어주는 비용을 극적으로 낮출 수 있다면, 단순히 그 비용을 낮추는 것만이 아니라 시장의 근간까지도 바꿀 수 있다. 이것은 양적 변화뿐 아니라 질적 변화를 수반한다. 틈새상품들을 쉽게 구매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면 비상업적인 컨텐츠에 대한 잠재적 수요를 촉발시킬 수 있다. 수요자들이 틈새상품들로 옮겨가면 그런 상품들을 제공하는 업체들은 더욱 발전할 것이다. 또한 그러한 긍정적인 연쇄반응은 앞으로 수십 년 동안 문화와 산업 전반에 변혁을 불러올 것이다. - 69p -
선택의 제한이 없어지고 비상업적인 컨텐츠에 대한 질이 높아진다는 점에 공감을 표한다.
초신성의 폭발 현장을 공동의 아마추어에 의해 발견할 수 있었던 사례를 예로 들며, 프로와 아마추어가 이제는 함께 공론을 만들어 갈 것이라는 '프로암' 세계를 예견하고 있다.
이것은 20세기에 있었던 천문학적 발견 중에서도 단연 손에 꼽을 정도로 위대한 것이었다. 우주가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보여주는 핵심이론은 뉴질랜드와 오스트레일리아의 아마추어천문학자들과 아직 아마추어 티를 채 벗지 못한 칠레의 한 천문학자, 그리고 미국과 일본의 전문가급 물리학자들 덕분에 확실하게 증명되었다. 그들은 이 발견을 과학논문을 통해 전세계에 발표했고 저작권을 공유하게 되었다. - 126~127p -
위키피디아에 대한 내용 중,
개연성에 근거한 시스템의 이점은 바로 수많은 사람들의 지혜를 빌려올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지식의 깊이와 넓이를 확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짐나 이런 이점을 얻는 대신 절대적 확실성은 획득할 수 없기 때문에 위키피디아의 내용이 반드시 100퍼센트 정확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알고 받아들이는 것이 좋다. 결론적으로 위키피디아는 정보의 최초 소스일 뿐 최종적인 결과가 되어서는 안 된다. 위키피디아는 정보 탐험을 위한 사이트이지 정확한 사실을 제공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 143p -
오마이뉴스에 대한 내용 중,
2000년에 한국의 '오마이뉴스'가 이끌어낸 '시민 저널리즘'은 롱테일의 또다른 사례라 할 수 있다. 오마이뉴스에서는 약 50명의 전문기자들과 편집자들이, 초등학생부터 교수에 이르기까지 4만 명 이상의 아마추어 시민기자들이 쓴 기사들을 심사하고 편집하며 보완한다. 자발적 참여자인 아마추어 시민기자들이 하루에 송고하는 기사는 약 150개에서 200개 정도인데, 이 기사들은 약간의 수입을 얻을 수 있다. 만약 메인 화면 머리기사로 채택되면 그 기사를 쓴 시민기사는 2만 원을 지급받는다. 보상이 이렇게 별 것 아닌데도 시민기자들이 이 일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오마이뉴스의 오연호 대표는 "시민기자들은 돈을 벌려는 게 아니라 세계를 바꾸기 위해 기사를 쓰고 있다"라고 말한다. - 157p -
정보의 시대를 넘어 추천의 시대가 될 것이라는 내용,
우리는 이제 '정보의 시대(Information Age)'를 떠나 '추천의 시대(Recommendation Age)'로 접어들고 있다. 오늘날 정보를 얻는 것은 터무니없을 정도로 쉽다. 심지어는 길거리에서조차 정보를 주워담을 수 있다. 정보를 모으는 것은 더 이상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따라서 정보에 기초해서 빈틈없는 결정을 내린다는 말은 이제 흘러간 옛이야기가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추천은 정보의 수풀을 헤쳐나가는 지름길이라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와인상점의 주인이 당신을 지름길로 인도해 파스타와 함께 마실 프랑스산 와인이 있는 곳으로 안내하는 것과 같다. - 209p -
모든 것을 공짜로 가질 수는 없다는 개념이 경제학에 얼마나 근본적인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기 어렵다. 경제학 전체는 선택과 그 선택이 이루어지는 방식을 연구하는 데 집중된다. 영국에 경제학자 애덤 스미스는 시간이나 편리함과 돈 사이의 선택을 고려함으로써 현대경제학을 창조했다. 그는 도시의 시내에 살면서 집세를 많이 내거나 혹은 시 외곽에 살면서 집세를 덜 내는 경우를 이야기하면서, 사람이 편리함을 누리려면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그때 이후로 경제학은 유한한 자원을 나눠갖는 방법에 대해서만 관심을 가져왔다. 이것이 바로 지금까지의 경제학이 추구해온 방식이다. 신고전주의 경제학도 분명 풍요로운 공급을 전제하지는 않는다. 즉 우리가 불을 피우려고 할 때 산소가 무료라는 사실을 부인하지는 않지만, 그것을 경제 방정식에 포함시키지는 않음을 의미한다. 신고전주의 경제학은 그런 사실을 화학과 같은 다른 학문 분야에 위임한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무한한 진열공간의 시대에 진입하고 있다. 전통적 경제학에서 제조와 유통에 들어갔던 비용은 복사와 전송에 거의 비용이 들지 않는 디지털 제품들이 지배하는 롱테일 시장에서는 제로에 가깝다. - 267p -
역사적으로 사람들은 대부분 경제학이 궁극적으로 희소성이 풍요를 압도한다는 제로섬게임이라고 믿어왔다. 영국의 경제학자 토머스 로버트 맬서스(Thomas Robert Malthus)는 농업생산물이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하는 반면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고 보았다. 그래서 그는 식량부족으로 인해 결국 인구는 더 이상 증가하지 않을 것이라고 여겼다. 칼 마르크스는 결국 경제학이 부족한 '생산수단'을 차지하려는 계급투쟁으로 귀결 된다고 생각했다. 희소성에 대한 경제학자들의 초점은 부족한 상태란 측정할 수 있고 제로에서 끝날 것이라는 사실에 근거한다. 그래서 그들은 명확한 연산 결과를 이끌어낼 있고 여러 산업들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요소들에 경제학 모델을 한정시킨다. 반면 풍요는 계산할 수 없고 한계가 없다. 공기나 물처럼 풍요는 보이지 않는 '외부재(externalities)'인 것이다. 그럼에도 풍요는 모든 경제성장과 변화의 원동력이다. - 269p -